2024년 6월 13일, 울산지방법원 회생위원은 A씨 사건에 보정권고를 보냈습니다.
요구 사항은 단 하나였습니다.
변제계획안 맨 끝의 10항 기타사항란에 '해당 있음'을 표시하고, 부동산에 걸린 강제집행·가압류·가처분은 인가결정이 아니라 총 변제예정액의 임치를 완료한 시점에 효력을 잃는다는 문구를 넣으라는 것이었습니다.
A씨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월 230만 원을 버는 직장인이었고, 어머니의 권유로 명의를 빌려준 아파트 한 채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아파트를 빨리 정리하고 싶어 했던 A씨에게 이 문구는 인가 뒤에도 아파트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A씨 사건의 보정권고(2024. 6. 13.). 법원이 변제계획 10항에 넣을 문구를 그대로 제시했습니다.
변제계획안의 1항부터 9항까지는 변제기간, 소득과 생계비, 채권자별 변제방법처럼 정해진 양식을 채우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10항 기타사항은 사건마다 내용이 달라집니다.
법원은 이 칸을 이용해 인가에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데, 실무에서는 이를 흔히 조건부 인가라고 부릅니다.
본 법무사가 진행한 두 사건, 부동산 가압류의 효력을 늦춘 울산의 A씨와 소득신고 의무가 붙은 청주의 B씨 사건으로 10항 기타사항의 의미를 정리합니다.
인가결정이 나면 가압류는 원칙적으로 효력을 잃습니다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개인회생채권에 기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은 중지되고 새로 할 수도 없게 됩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 제600조 제1항).
중지된 집행은 그 뒤 변제계획이 인가되면 효력을 잃습니다(법 제615조 제3항 본문).
그래서 보통은 인가결정 정본과 확정증명원을 첨부해 집행법원에 가압류 집행해제를 신청하고, 부동산이나 예금에 걸린 가압류를 풀게 됩니다.
그런데 법 제615조 제3항에는 단서가 있습니다.
변제계획이나 변제계획인가결정에서 다르게 정한 때에는 인가결정이 있어도 효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단서가 변제계획 10항 기타사항으로 가압류의 효력 상실 시점을 늦출 수 있는 근거입니다.

일반 인가와 조건부 인가의 차이. 조건부 인가에서는 변제를 모두 마칠 때까지 가압류 등기가 남습니다.
부동산이 있는 채무자에게 법원이 조건을 붙인 이유
A씨의 재산목록에는 양산의 아파트 한 채가 올라 있었습니다.
시가 2억 3,800만 원에서 세입자의 전세금 2억 원을 빼면 남는 가치는 3,800만 원이었고, 여기에 차량 증여분을 더한 청산가치는 4,050만 원이었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여러 채권자의 가압류가 걸려 있었습니다.
일반 인가라면 인가결정과 함께 이 가압류들이 모두 효력을 잃습니다.
그러면 A씨는 가압류가 풀린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되지만, 그 뒤 변제를 중단하면 채권자들은 이미 사라진 가압류를 되살릴 방법이 없습니다.
개인회생에서 채무자가 재산을 계속 보유하는 대신 청산가치 이상을 변제하겠다고 약속하는 구조(법 제614조 제1항 제4호)이므로, 법원은 변제가 끝날 때까지 그 재산을 묶어 두는 장치로 10항의 조건을 요구한 것입니다.
본 법무사는 2024년 6월 17일 보정서를 내면서 보정권고의 문구를 그대로 10항 (3)에 넣고, 효력이 유지되는 대상을 특정하기 위해 아파트의 동·호수와 대지권을 별지 부동산의 표시로 첨부했습니다.
가압류 효력이 남는 범위를 별지 부동산으로 한정해 두어야, 나머지 예금이나 급여에 대한 집행은 원칙대로 인가결정과 함께 효력을 잃게 됩니다.
10항에는 가압류 외에도 사건마다 필요한 사항이 들어갑니다
A씨의 10항에는 가압류 조건 말고도 두 가지가 더 들어 있었습니다.
첫째는 보증채무의 처리였습니다.
A씨는 어머니의 차용금 채무에 연대보증을 서 공정증서까지 작성했는데, 주채무자인 어머니가 따로 갚거나 채무가 소멸하면 그 채권자 몫으로 잡아 둔 변제예정액을 나머지 채권자들에게 원금 비율로 나누어 주도록 정했습니다.
둘째는 별제권부 채권과 변제기간 단축이었습니다.
세입자의 전세권으로 담보된 채권은 경매 등으로 부족액이 확정되면 다른 채권자의 월 변제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금 전부를 갚는 데 필요한 기간이 줄어들면 변제기간도 그만큼 단축하도록 적었습니다.
A씨 사건은 채권자목록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분양받았던 부산의 아파트 분양계약이 해제되면서 중도금 대출 2억 1,325만 원이 채권자목록에서 빠졌고, 그 결과 변제율은 7.7%에서 11.8%로 올라갔습니다.
2024년 2월 1일 개시결정 뒤에는 보증채무 채권자가 숨긴 재산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본 법무사는 답변서에서 신고한 재산이 전부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월 소득 230만 원에서 1인 가구 생계비 124만 6,000원을 뺀 월 105만 4,000원을 42개월 변제하도록 한 것도, 총 변제액의 현재가치 4,102만 원이 청산가치 4,050만 원을 넘도록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조건부 인가를 의뢰인에게 설명하는 일
보정서를 내던 날, 본 법무사는 A씨에게 조건부 인가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가압류는 변제를 모두 마쳐야 효력을 잃으므로 그 전에는 아파트를 팔기 어렵고, 세입자의 전세금 반환 문제로 경매가 먼저 진행되더라도 가압류권자들 때문에 A씨가 남는 돈을 바로 받기는 어렵고 공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A씨는 아파트를 빨리 정리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아쉬워했지만, 이 조건은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를 정리하는 대가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조건부 인가는 채무자에게 불리한 제도라기보다 재산을 지키면서 개인회생을 진행하기 위한 절충입니다.
부동산을 가진 채무자가 조건 없이 인가를 받기 어려운 사건이라도, 10항의 조건을 받아들이면 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변제기간 중 부동산을 처분할 계획이 있다면 신청 단계부터 그 계획을 알려 주어야 변제계획을 함께 설계할 수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10항에 소득신고 의무를 넣게 했습니다
B씨 사건의 10항은 내용이 전혀 달랐습니다.
B씨는 충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월 202만 원을 받는 회사원이었고, 2024년 12월 6일 청주지방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보정 과정에서 변제계획안 10항에 소득신고 및 변제계획 변경신청 의무를 넣으라고 요구했고, 본 법무사는 2025년 3월 보정서에서 이를 반영했습니다.
그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인가결정일부터 1년마다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서, 소득 입금 계좌 내역 등을 첨부해 소득을 신고하고, 새로 취업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하면 1개월 안에 신고합니다.
신고한 소득이 인가 당시보다 30% 이상 늘면 늘어난 소득의 50% 이상을 가용소득에 반영하는 변제계획 변경신청을 합니다.
그리고 이 의무를 게을리하면 절차가 폐지되거나 면책결정이 취소될 수 있음을 확인합니다.

B씨 사건의 변제계획 10항. 인가 후에도 소득 변동을 법원에 알려야 하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 조건은 법 제619조의 변제계획 변경 제도를 미리 구체화한 것입니다.
원래도 채무자, 회생위원, 채권자는 변제를 마치기 전에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지만, 10항에 신고 주기와 변경 기준을 적어 두면 소득이 크게 늘었는데도 처음의 변제금만 내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법 제621조에 따른 폐지 사유나, 면책 후라면 면책취소(법 제626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가 뒤의 이직도 정리했습니다
B씨는 개시결정이 난 2025년 5월 무렵 직장을 옮겼습니다.
새 직장에서 석 달 치 급여를 받은 뒤, 본 법무사는 첫 달 급여에 며칠분이 더 들어간 점을 감안해 평균 급여를 월 203만 원으로 정리하고 수입 및 지출에 관한 목록과 변제계획안을 다시 제출했습니다.
1인 가구 생계비 143만 5,000원을 빼면 월 59만 5,000원을 36개월, 원금의 29% 상당을 변제하는 계획이었습니다.
변제계획은 2025년 8월 19일 인가되었고, 법원은 9월 5일 새로 제출한 변제예정액표로 인가된 변제계획을 바로잡는 경정결정을 했습니다(법 제33조, 민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
절차 중에는 카드사와 저축은행 채권이 대부업체로 세 차례 양도되었고, 신청 때 빠진 채권 두 건도 추가로 올렸습니다.
10항에 소득신고 의무가 붙은 사건에서는 이처럼 소득과 채권의 변동을 그때그때 정리해 두는 것이 앞으로의 신고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B씨 사건의 경정결정(2025. 9. 5.). 인가 뒤 제출한 변제예정액표로 변제계획을 바로잡았습니다.
10항 기타사항이 붙을 때 확인할 것
- 보정권고의 문구를 그대로 반영하십시오. 법원이 요구한 조건은 문구 하나가 효력 범위를 정하므로 임의로 바꾸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 가압류 효력을 늦추는 조건이라면 대상 부동산을 별지로 특정하십시오. 그래야 다른 재산의 집행은 인가결정으로 정리됩니다.
- 변제기간 중 부동산 처분 계획이 있다면 미리 상의하십시오. 조건부 인가에서는 임치를 마칠 때까지 가압류 등기가 남습니다.
- 보증채무나 별제권부 채권이 있다면 변제예정액의 처리 방법을 10항에 적으십시오. 주채무자의 변제나 부족액 확정에 따라 변제액이 달라집니다.
- 소득신고 의무가 붙었다면 매년 소명자료를 챙기십시오. 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서, 급여 입금 내역이 기본입니다.
- 이직이나 소득 증가는 바로 알리십시오. 30% 이상 늘었다면 변경신청이 의무이고, 이를 놓치면 폐지나 면책취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0항 기타사항은 변제계획안의 마지막 칸이지만, 인가 이후 채무자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정하는 가장 구체적인 약속입니다.
법원이 어떤 조건을 왜 붙였는지 이해하고 그 조건에 맞춰 변제와 신고를 이어 가면, 조건부 인가도 일반 인가와 똑같이 면책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