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칼럼 2026. 10. 10 | 작성자: 대표법무사 여환동

부모 병원비로 늘어난 빚, 개인회생에서 어떻게 소명할까

"저의 잘못을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며 글을 씁니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의뢰인이 법원에 낸 채무 증대 경위서의 첫 문장입니다. 의뢰인은 7남매의 막내였습니다. 결혼한 뒤에도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한집에 살았고, 아버지가 병원 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영덕에서 포항으로, 영덕에서 대구로 매일 오가며 병간호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어머니를 돌보았고,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들어간 뒤로는 요양병원비로만 매달 120만 원이 고정적으로 나갔습니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때 남은 채무의 원금은 1억 1,071만 원이었습니다.

 

채무 증대 경위서 첫머리 — 저의 잘못을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며 글을 씁니다

의뢰인이 직접 쓴 채무 증대 경위서의 첫머리. 가족 상황과 부모님 부양 경위로 시작합니다.

빚이 생긴 이유가 낭비나 투자 실패가 아니라 가족을 돌보는 데 든 비용이라면, 그 사정은 개인회생에서 어떻게 다루어질까요.


본 법무사가 이 사건에서 경위서를 작성하고 법원의 보정권고에 대응한 과정을 따라가며, 부모 병원비로 늘어난 빚을 소명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부모를 부양하며 생긴 빚과 법원의 시각

먼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 사이의 부양의무를 정하고 있어, 자녀가 연로한 부모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은 도덕적 선택을 넘어 법이 예정한 의무의 이행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부모 병원비 때문에 늘어난 채무는 도박이나 사치로 생긴 채무와는 많이 다른 평가를 받습니다.

 

그렇다고 사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은 개시신청서에 진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법 제589조 제2항), 진술서 양식에는 "채무자가 많은 채무를 부담하게 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적는 난이 있습니다.


법원은 이 진술을 바탕으로 신청이 성실한지를 판단하고, 신청이 성실하지 않다고 보면 개시신청을 기각할 수 있습니다(법 제595조 제7호). 의뢰인의 진술서에는 '생활비 부족'에 표시하고, 구체적인 사정은 별지로 붙인 채무 증대 경위서에 담았습니다.

 경위서에 담은 내용 — 누가, 얼마를, 왜

본 법무사는 의뢰인이 쓴 경위서를 다듬으면서 감정보다 사실과 숫자가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경위서에 담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족 구성과 부양 상황 — 두 딸의 아버지이자 7남매의 막내로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사정
  2. 혼자 부담한 이유 — 형제들에게 병원비 도움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하고 의뢰인 부부가 병간호와 비용을 감당한 사정
  3. 고정적으로 나간 금액 — 어머니 요양병원비 매달 120만 원과 비품 비용, 배우자가 간병 때문에 장시간 근무를 할 수 없었던 사정
  4. 빚이 늘어난 방식 — 병원비와 생활비를 카드로 결제하고, 카드값은 카드론으로, 급한 현금은 지인에게 빌려 막는 생활이 반복된 과정
  5. 마지막 부담 — 2025년 어머니가 93세로 세상을 떠나며 장례비용까지 더해진 사정
  6. 앞으로의 다짐 — 채무에 책임을 지고 성실히 변제하겠다는 의지
병원비가 카드 빚으로 불어난 구조 — 부모 병원비·요양병원비, 신용카드 결제, 카드론으로 카드값 상환, 지인 차용금 상환의 반복

경위서와 금융거래내역에서 확인된 채무 증가의 흐름. 병원비가 카드값이 되고, 카드값이 다시 대출이 되었습니다.

경위서를 쓸 때 가족의 아픔을 자세히 적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확인하려는 것은 채무가 어떤 경로로 얼마만큼 늘어났는가입니다. 진단명이나 치료 과정을 길게 늘어놓기보다, 언제부터 누구의 어떤 비용을 얼마씩 부담했는지를 적고 그 내용을 금융자료로 뒷받침하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경위서는 금융거래내역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경위서의 내용은 서류로 확인될 때 비로소 힘을 얻습니다.


법원은 개시 전 보정권고로 필수제출목록에 따른 자료를 요구했고, 본 법무사는 2026년 5월 26일 다음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1. 활동성 계좌의 입출금 거래내역과 100만 원 이상 거래의 사용내역
  2. 최근 대출과 관련한 신용카드 50만 원 이상 사용내역
  3. 보험현황표와 배우자 관련 서류
  4. 급여압류적립금 확인서와 신용교육 수료확인서

카드 사용내역에 병원과 요양병원 결제가 반복해서 찍혀 있고, 그 무렵 카드론 입금과 카드대금 결제가 이어져 있다면, 경위서에 적은 "카드값을 카드론으로 막는 생활"이 숫자로 증명됩니다.


반대로 경위서와 거래내역이 맞지 않으면 법원은 그 차이를 다시 묻게 됩니다. 법원의 보정권고에는 매번 같은 경고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기간 안에 보정권고에 응하지 않으면 법 제595조 제7호에 따라 개시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간안에 보정서를 제출하면 되는 것이며, 혹여나 기간이 좀 늦어지면 보정기한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 놓으면 됩니다.

대구회생법원 보정권고 — 보정권고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95조 제7호에 의하여 개시신청이 기각될 수 있음

대구회생법원의 보정권고(2026. 9. 8.). 7일 이내에 보정하지 않으면 개시신청이 기각될 수 있다는 문구가 첫머리에 있습니다.

생계비는 지금 부양하는 가족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의뢰인의 월 소득은 약 496만 원이었습니다.


개인회생에서는 이 소득에서 의뢰인과 피부양자의 생활에 필요한 생계비를 뺀 나머지, 즉 가용소득을 변제에 씁니다(법 제579조 제4호). 생계비는 기준 중위소득의 100분의 60을 기본으로 정하고, 그보다 더 필요한 사정이 있으면 따로 소명해 추가로 인정받습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생계비는 앞으로 변제기간 동안 부양할 가족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입니다.


의뢰인의 부모님은 모두 세상을 떠났으므로 그동안의 병원비와 요양병원비는 채무가 늘어난 원인으로 설명할 대상일 뿐, 앞으로의 생계비에 넣을 항목은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은 3인 가구를 기준으로 생계비를 신청하면서 두 자녀의 학원비 40만 원과 주거비 20만 원을 추가로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이 가운데 추가 주거비 20만 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26년 기준 중위소득의 100분의 60에 이미 포함된 3인 가구의 주거비가 57만 2,245원이고, 배우자 명의 임대차계약의 월세 40만 원은 그 범위 안에 있으므로, 추가 주거비 20만 원은 가용소득에 투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구회생법원 보정권고 제3항·제4항 — 추가 주거비 20만 원의 가용소득 투입, 건강식품 구입비 43,590,000원 중 회수 금액의 청산가치 반영

같은 보정권고의 제3항과 제4항. 추가 주거비와 건강식품 판매 대금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생활비에 보태려던 부업은 소득 또는 재산으로 정리됩니다

경위서에는 한 가지 사정이 더 있었습니다. 병원비와 생활비에 보태려고 건강식품 판매 일을 시작해, 카드로 건강식품을 사서 지인들에게 팔았는데 처음에는 대금을 잘 받다가 점차 주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카드 사용내역에 나타난 건강식품 구입비는 4,359만 원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부분을 두 갈래로 정리하도록 했습니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다면 영업소득으로 산정해 소득에 포함하고(법 제579조 제2호의 영업소득자에 해당하는 경우), 그렇지 않다면 지인들에게 판매하고 회수한 금액을 청산가치에 반영하라는 것입니다.


카드로 산 물건을 팔아 받은 돈은 채무자가 파산했다면 채권자들에게 배당되었을 재산이므로, 변제총액이 청산가치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는 청산가치 보장 원칙(법 제614조 제1항 제4호)이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의뢰인은 사업자등록 없이 판매했으므로, 본 법무사는 2026년 9월 15일 보정서에서 회수한 금액을 구입비의 2분의 1로 산정한 2,179만 5,000원을 청산가치에 반영했습니다.


여기에 차량 2대의 가액 632만 원을 더한 의뢰인의 청산가치는 2,811만 5,000원이 되었습니다.

압류된 급여는 첫 회 변제금으로 투입됩니다

의뢰인은 신청 전부터 카드회사의 채권가압류로 급여가 가압류된 상태였습니다. 중지명령이나 개시결정이 내려져도 그 효력은 압류채권자의 추심을 막는 데 미칠 뿐 압류 자체는 변제계획 인가 때까지 유지되므로, 그동안 압류된 급여는 직장에 계속 적립됩니다.


변제계획이 인가되면 법 제600조에 따라 중지된 강제집행은 효력을 잃습니다(법 제615조 제3항).

 

법원은 이렇게 적립된 급여압류적립금 1,204만 9,730원을 개인회생재단에 속하는 재산으로 보고, 회생위원이 관리·처분하도록 변제계획안의 기타사항에 기재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적립금이 월 가용소득보다 많으므로 이를 제1회 변제기일에 한꺼번에 투입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의 보정권고 전후 변제계획 — 신청 당시 월 115만 원 총 4,140만 원, 보정 후 월 134만 5천 원 총 4,842만 원, 청산가치 2,811만 5천 원

추가 주거비가 가용소득에 투입되면서 월 가용소득이 134만 5천 원으로 늘었고, 총변제액은 청산가치를 넘었습니다.

보정을 거친 의뢰인의 변제계획은 월 가용소득 134만 5,000원, 36개월, 총 4,842만 원입니다. 제1회에 압류적립금 1,204만 9,732원을 투입하고, 제2회부터 제36회까지 35회에 걸쳐 매월 103만 9,153원씩 변제합니다. 총변제액이 청산가치 2,811만 5,000원을 넘으므로 변제기간을 늘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사건은 보정을 마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의뢰인은 같은 해 2월 처음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을 위해 취하한 뒤 3월에 다시 신청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부모 병원비로 늘어난 빚을 소명할 때

  1. 경위서는 사실과 숫자 중심으로 쓰십시오. 누구의 어떤 비용을 언제부터 얼마씩 부담했는지가 핵심이며, 진단명이나 치료 과정을 길게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2. 병원비 결제 내역을 카드 사용내역과 맞춰 보십시오. 병원·요양병원 결제와 카드론 입금, 카드대금 결제가 이어지는 흐름이 경위서의 증거가 됩니다.
  3. 형제와 비용을 나누지 못한 사정도 적으십시오. 왜 혼자 부담하게 되었는지가 채무 규모를 설명해 줍니다.
  4. 돌아가신 부모의 비용은 생계비가 아닙니다. 생계비는 앞으로 부양할 가족을 기준으로 하고, 추가 생계비는 중위소득 기준에 이미 포함된 부분을 넘는지 따져 신청해야 합니다.
  5. 생활비를 보태려던 부업도 숨기지 마십시오. 사업자등록이 있으면 소득으로, 없으면 회수한 금액이 청산가치로 정리됩니다.
  6. 보정권고에는 기간 안에 빠짐없이 응하십시오. 응하지 않으면 법 제595조 제7호에 따라 개시신청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부모를 돌보다 생긴 빚은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법원은 그 사정을 경위서와 금융자료로만 알 수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지출한 돈이 어떤 경로로 빚이 되었는지를 숫자로 보여 주는 것이, 성실한 채무자로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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