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에서 중고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안OO 씨(1978년생, 40대 중반)가 본 사무소를 찾아온 것은 2023년 1월이었다.
채권자 17곳에 산재된 총 채무액은 171,409,686원. 그것도 현대캐피탈, 국민은행, 농협,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화생명보험, 대부업체(오케이에프앤아이)까지, 금융기관의 성격이 제각각인 채무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채무의 시작 — 소사장제 자영업의 함정
안OO 씨의 채무는 단순한 과소비나 무리한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진술서서를 기초로 채무 발생과정을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그는 2018년부터 2023년 초까지 약 5년간 울산 소재 제조·유통업체에서 '소사장제' 방식으로 근무했다.
소사장제란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되, 실질적으로는 발주처 한 곳에 종속되어 운영하는 구조다.
이 기간 소득의 불안정성과 4대 보험 체납이 누적되기 시작했고,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소사장제 계약이 종료된 이후 그는 2021년 11월 울산 중구 성남동에 중고 휴대폰 도·소매 매장을 직접 개업했다.
소상공인 특화자금 2,000만 원, 희망대출 1,000만 원 등 정책금융 대출까지 포함해 사업 자금을 마련했으나, 중고 휴대폰 시장의 경쟁 심화와 낮은 마진율로 인해 월 평균 실질 수입은 192만 원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료 체납(건강·연금 합산 5,072,070원)이 더해지면서 더 이상 자력으로 채무를 이행하기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핵심 법률적 난제 — 청산가치와 예금 소명
개인회생을 신청하면서 가장 먼저 직면한 문제는 청산가치 보장 원칙에 따른 변제 하한선 설정이었다.
재산목록상 의뢰인의 청산가치는 약 18,825,828원으로 산정되었는데, 이 금액에는 농협은행 등 금융계좌 잔고 8,537,672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수입 및 지출 소명자료에는 2022년 한 해 동안 매장의 카드 단말기와 사업용 계좌를 통한 총 거래 금액이 2억 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법원 보정권고 과정에서 이 금액의 실제 사용 목적과 입출금 흐름, 그리고 예금 잔고의 형성 경위에 대한 소명을 요구받았다.
겉으로만 보면 마치 의뢰인이 상당한 현금을 은닉하거나 실제 소득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수치였다.
또한 쏘나타 차량(2019년식)에는 현대캐피탈 명의 근저당권(채권최고액 13,200,000원)이 설정되어 있었고, 환가예상액은 18,080,000원으로 산정되었으나 의뢰인 지분 50%를 반영하면 실질 환가액은 9,040,000원에 불과했다.

담보부 채무 원금이 5,323,385원인 반면 환가액이 이를 초과하므로 별제권 처리 과정에서도 면밀한 수치 정리가 필요했다.
법무사의 해결 전략
사무장 없이 의뢰인과 직접 서류를 마주하고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카드 단말기 매출 명세, 사업용 계좌 입출금 내역, 부가세 신고 자료를 일치시키는 작업이었다.
수입 소명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총 입금액 중 상당 부분은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한 중고 휴대폰 매매 대금의 수수였으며, 이는 단순 예금 이자나 숨겨진 수입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별 매출과 매입 비용(단말기 구입원가, 임차료 월 350,000원, 통신비 등)을 대조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매달 193만 원 내외로 수렴했다.
2022년 6월, 7월, 9월, 10월은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여 적자가 발생한 월임을 계좌 흐름을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예금 잔고 8,537,672원에 대해서는 해당 잔고가 매장 운영을 위한 재고 매입 준비금 및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예비자금임을 거래 내역과 임대차계약서를 통해 소명하였다.
건강보험 체납액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우선권 있는 개인회생채권으로 분류되어 인가 직후 최우선 변제 처리하였고, 변제계획안에 별도 항목으로 명시함으로써 법원의 추가 보정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였다.
차량 별제권 처리에 있어서는 환가예상액과 담보 채권액의 차액을 미확정채권으로 유보 처리하고, 향후 별제권 행사 결과에 따라 잔여 부족액을 일반 개인회생채권에 통합 편입하는 방식으로 변제계획안을 설계하였다.
결과 — 37개월, 월 514,800원, 원금의 89% 탕감
2023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37개월간 총 19,047,600원을 변제하는 계획으로 법원 인가를 받았다.
월 실제 가용소득은 회생위원 보수(월 5,200원)를 공제한 514,800원이며, 이를 17개 채권자에게 원금 비율로 안분하여 지급하는 구조다.
총 채권 원금 169,960,569원 대비 최종 변제예정액은 19,047,600원. 약 89%의 채무가 탕감되는 결과다.

마치며
소사장제 구조에서 시작된 재정 곤란이, 독립 창업 후에도 누적되다가 결국 개인회생으로 이어진 이 사건은 자영업자의 채무 구조가 단순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총 채무가 1억 7천만 원을 넘고 채권자가 17곳에 달하더라도, 수입의 실질 규모와 재산 형성 경위를 논리적으로 소명할 수 있다면 법원은 합리적인 변제계획을 인가한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이라면 막연히 채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개인회생을 포기하지 마시기 바란다.
사업용 계좌 입출금 규모가 크거나 정책금융 채무가 포함되어 있어도 소명 논리와 서류 구성이 충실하면 충분히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본 사무소는 모든 보정권고 대응을 사무장 없이 법무사 본인이 직접 처리하며, 의뢰인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법원에 소명해야 결과가 달라진다는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