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서른아홉 살 의뢰인의 「수입 및 지출에 관한 목록」 신청인 수입란에는 0원이 적혔습니다. 다섯 달 전 다리 수술을 받고, 2년 동안 다니던 리조트의 소방보조 일을 그만둔 뒤였습니다.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2024년 5월이면 끝나는 실업급여 월 173만 원뿐이었고, 열 살과 일곱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갚아야 할 빚은 15건, 9,798만 원이었습니다.
나이만 보면 "아직 젊으니 벌어서 갚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 쉬운 서른아홉이었습니다. 본 법무사는 이 사건으로 개인파산을 신청하였고, 의뢰인은 신청 6개월 반 만에 면책결정을 받았습니다. 법원이 본 것은 나이가 아니라, 지금 이 사람이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태인가였습니다.
파산의 기준은 '지급불능'입니다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가 지급을 할 수 없는 때 법원이 파산을 선고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305조 제1항). 이를 지급불능이라고 합니다. 법 어디에도 나이 제한은 없습니다.
지급불능은 단순히 지금 통장에 돈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법원은 재산, 신용, 일해서 벌 수 있는 수입을 모두 따져, 채무자가 갚아야 할 빚을 일반적·계속적으로 갚을 수 없는 상태인지를 판단합니다. 재산이 없더라도 앞으로 꾸준히 벌 수 있다면 지급불능으로 보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젊더라도 일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지급불능이 됩니다.
30대 신청인에게 이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젊은 사람은 대개 "앞으로 벌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 쉽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파산신청이 절차의 남용에 해당하면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데(같은 법 제309조 제2항), 실무에서는 충분한 소득이 있어 개인회생으로 갚을 수 있는 경우를 그 예로 보기도 합니다.
| 판단 요소 | 지급불능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 지급불능으로 볼 수 있는 경우 |
|---|---|---|
| 현재 소득 | 매달 일정한 급여·사업소득이 있음 | 소득이 없거나 곧 끊기는 일시적 수입뿐 |
| 일할 수 있는 능력 | 건강하고 같은 일을 계속할 수 있음 | 부상·질병 등으로 종전 일을 할 수 없음 |
| 재산 | 처분하면 빚의 상당 부분을 갚을 수 있음 | 재산이 거의 없거나 담보 채무가 더 많음 |
| 부양 부담 | 생계비를 빼도 갚을 여력이 남음 | 생계비를 빼면 갚을 돈이 남지 않음 |
실제 사건 — 서른아홉, 수입란의 '0원'
의뢰인은 2020년부터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2021년 9월부터 리조트에서 소방보조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좋지 않던 다리가 점점 나빠져 걸음을 걷기조차 힘들어지면서 더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2023년 9월 수술을 받으면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날부터 매달 돌아오는 대출 상환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청 당시 의뢰인의 형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첫째, 본인 수입은 0원이었습니다. 받는 돈은 2024년 5월에 끝나는 실업급여 월 173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실업급여는 일정 기간만 지급되는 돈이므로 계속적인 소득으로 볼 수 없었습니다.
둘째, 가족의 생계비가 수입보다 많았습니다. 배우자의 수입은 월 100만 원이었고, 월세와 식비, 아이들 교육비 등으로 한 달 지출은 30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3인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계산한 가용소득은 0원이었습니다.

▲ 신청서에 첨부한 수입 및 지출에 관한 목록 — 신청인 수입은 0원이고, 2024년 5월까지만 지급되는 실업급여 외에는 소득이 없어 가용소득이 0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셋째, 재산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었습니다. 보험 해약환급금 약 450만 원과 임차보증금 500만 원이 있었지만, 차량은 시가 1,877만 원보다 할부 채무가 2,700만 원으로 더 많아 처분해도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9,798만 원의 빚에 비하면 재산은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하면, 의뢰인은 30대이지만 앞으로 꾸준히 벌어 3년 동안 빚을 나누어 갚는 개인회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본 법무사는 수술과 퇴직 경위, 실업급여 종료 시점, 가족의 수입과 지출을 진술서와 소명자료로 정리하여 2024년 2월 22일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였습니다.
신청부터 면책까지 6개월 반
법원은 2024년 5월 13일 파산을 선고하고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였습니다. 관재인은 의뢰인의 재산과 거래 내역을 조사하였고, 본 법무사는 관재인이 요구한 자료를 두 차례에 걸쳐 보정서로 제출하였습니다.
조사 결과 나누어 줄 만한 재산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자, 법원은 8월 28일 파산재단으로 절차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산을 폐지하였습니다(같은 법 제545조 제1항). 그리고 일주일 뒤인 9월 4일, 면책불허가 사유가 없다며 면책결정을 내렸습니다(같은 법 제564조 제1항).

▲ 파산폐지 결정 — 파산재단으로 절차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산절차가 종료되었습니다.

▲ 면책결정 — 신청 6개월 반 만에 서른아홉 살 채무자가 면책을 받았습니다.
신청부터 면책까지
| 2023. 9. | 수술 후 퇴직 이때부터 대출 상환 불가 — 지급불능 시점 |
| 2024. 2. 22. | 파산 및 면책 신청 본인 수입 0원 · 실업급여는 2024. 5. 종료 · 채무 9,798만 원 |
| 2024. 5. 13. | 파산선고 파산관재인 선임 — 재산·거래 내역 조사, 보정 2회 |
| 2024. 8. 28. | 파산폐지 파산재단으로 절차 비용도 충당 불가(제545조 제1항) |
| 2024. 9. 4. | 면책결정 면책불허가 사유 없음(제564조 제1항) — 신청 후 6개월 반 |
30대가 개인파산을 준비할 때 확인할 사항
첫째, 소득이 끊긴 이유와 시점을 서류로 남깁니다. 퇴직증명서, 수술 기록이나 진단서, 고용보험 수급 자격 자료처럼 언제, 왜 일을 그만두었는지 보여 주는 자료가 지급불능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일시적 수입과 계속적 소득을 구분합니다. 실업급여, 퇴직금, 일회성 아르바이트 수입은 곧 끊기는 돈입니다. 이를 언제까지 받는지 함께 밝혀야 법원이 앞으로의 변제 능력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다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준비합니다. 30대는 "다른 일을 구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 쉽습니다. 종전 업무를 할 수 없는 이유와 현재 구직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수록 판단이 수월해집니다.
넷째, 개인회생이 가능한지도 함께 검토합니다. 일정한 소득이 있고 생계비를 빼고도 매달 갚을 돈이 남는다면 개인회생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두 절차를 함께 따져 보고 왜 파산을 선택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째, 가족의 수입과 재산도 정리합니다. 법원은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배우자의 소득·재산 자료를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였습니다.
맺음말
개인파산은 나이가 많은 사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법원이 묻는 것은 "몇 살인가"가 아니라 "지금 갚을 수 있는가"입니다. 30대라도 일할 수 없게 된 사정이 있고, 소득과 재산으로 빚을 감당할 수 없다면 파산과 면책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젊은 신청인일수록 앞으로도 갚을 수 없다는 점을 서류로 분명히 보여 주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